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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특선 납량특집 단편 <말벌대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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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우사용 2024. 10. 5.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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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숲 가설(Dark Forest Hypothesis)은 페르미 역설의 한 가지 해결책으로 제시된 가설이다. 왜 인류가 외계 문명과 접촉하지 못하고 있냐는 질문에, 우주 문명간의 접촉은 필연적으로 어느 한쪽의 멸망으로 이어지게 되기 때문에 외계 문명들은 서로 다른 문명에게 발견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며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답을 제시한 것.

 
 
밤하늘에 고개 숙여 흐드러지게 핀 석산이 밝다. 너무나도 밝다. 내가 예상한 것보다도 훨씬 밝아 나는 그만 잠을 청하는 것을 방해받고 말았다.
 
불을 켜고 앉아 책상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시계가 내게 조소를 보낸다. 왼쪽 입꼬리가 길게 올라간 것을 보니 내가 쉰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 옆에 쌓인 종잇더미를 애써 외면하며 나는 이불을 푹 뒤집어썼다.
 
기한이라는 것이 참 지독하다. 아무리 즐거운 일이라도 숫자 몇 개를 적어붙여두면 하고픈 마음이 싹 날아가는 것이다. 얄궂게도 그 자리를 채우는 건 부담감이다. 쌓여있는 과제를 보고있자니 숨을 턱 쉬기가 어렵다.
 
코가 꽉 막히는 것 같다. 숨을 쉬이 쉴 수가 없다. 저번 방이 좋았다. 벌들이 얹혀사는 것은 조금 불편했으나 그리 신경쓸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곰팡이는 신경쓸 것이 된다. 아무리 박박 씻어도 며칠만 지나면 거멓게 자라나는 것들이 최선을 다해 내 호흡을 방해하는 것이다.
 
나는 이불을 걷고 일어나 반대편 매트리스에 풀썩 엎드렸다. 매캐히 일어나는 먼지가 내 코로 들어오는 곰팡이를 막아준다. 잠자리를 옮기는 것은 내 나름의 흔치 않은 즐거움이다. 보통 두세 명이 쓰는 방을 홀로 쓰게 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 나는 그 색이 바래지 않도록 며칠에 한 번 꼴로 이렇게 하는 것이다.
 
기분이 썩 나아지지 않는다. 이따금 이렇게 뭘 해도 눅눅한 날이 찾아온다. 바깥에는 축제인지 뭔지 하는 것들로 이틀째 호들갑을 떨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괜히 꼴이 사나워보인다. 열 시간 전부터 못마땅했다. 낮에는 빨래에서 검은 것들이 묻어나오는 바람에 세탁기를 네 번이나 돌려야 했다. 
 
불꽃놀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좋아하느냐 그렇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좋아하는 쪽에 가깝다. 하지만 오늘은 창문을 열 마음이 들지 않는다. 나는 커튼을 닫았다.
 
이상하게 몸이 피곤하다. 자는 새 트럭에 짓눌리기라도 한 듯하다. 잠을 깊게 못 자서 그런 것일까? 바깥이 너무 밝아서 그런 것일까? 몇 주째 밤마다 들려오는 저 괴성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커튼을 쳐놓은 채 창문을 열어보았다. 합성수지가 타는 듯한 냄새가 고기 굽는 냄새와 함께 확 들어왔다. 들려오는 소리가 훨씬 커졌다. 웃음소리, 말소리, 빽빽 내지르는 소리... 대강 분간이 가는 것 같다. 코가 뻥 뚫리는 느낌이 들었다.
 
재채기를 두어 번 하고서는 다시 창문을 닫아버렸다. 공용 주방이 아닌 곳에서의 조리행위는 학칙으로 금지되었을 터였다. 나는 약간의 기대감과 함께 사감실에 전화를 걸었다.
 
 
 
"402호... 에서요? 하하, 폭죽 타는 냄새가 들어온 건 아닐까요? 지금 4층은 학생 사는 데 말고는 다 빈 방이거든요. 밖이 축제로 워낙 시끄러워서 잠을 설친 모양이네요."
 
소름이 돋았다. 전화 때문은 아니었다. 사감의 말이 끝나자마자 폭발과도 같은 굉음이 벽 너머에서 들려왔기에― 동시에 현관에서도 알 수 없는 발소리가 들려왔기에― 내 살갗이 일제히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옆방이다. 틀림없이 옆방에서 나는 소리다. 비어있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불청객들이 빈 방을 마음대로 쓰고 있는 모양이다. 그건 그것대로 징계를 받아야겠지.
 
은색 마차가 고드름을 지나간다느니 계단 수가 바뀐다느니 하는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를 믿은 적도 없다. 머리가 괜히 어지럽다. 머리카락이 신경세포에 엉켜 내가 생각하는 것을 방해한다. 나는 옆방이 시끄러워 전화를 했고 사감은 옆방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단지 그뿐인 일이다. 이상할 것이 전혀 없다. 늘어진 빨래도, 먼지 쌓인 매트리스도, 눈부신 불꽃도...
 
새로운 소리가 들린다. 이건 다른 종류의 소리다.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본능적으로 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나는 홀린 듯이 현관으로 다가갔다. 외시경으로 가늘고 밝은 빛이 들어온다. 나는 분명 커튼을 쳤을 터였다. 시계가 나를 재촉한다. 통화를 끊고 문고리를 잡은 채 나는―
 
 

미친PPAP

 
[샌즈의모험 4화]
 
동료를 얻은 샌즈는 약간 피곤해서 오랜만에 집에 들르기로 했습니다.
 
"어이 샌즈 여기가 네 집이냐?"
 
"뭐그렇다고할수있지"
 
샌즈와 뿌아앙은 근처 학교에 있던 기숙사 402호를 무단으로 점거했습니다.
 
"이삿날엔 역시 짜장면이지"
 
샌즈는 짜장짜장 보울을 사용해서 짜장면 두 그릇(하나는 곱빼기)을 소환했습니다.
 
후루룩후루룩
 
샌즈와 뿌아앙은 짜장면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흠 정말 맛있지만 뭔가 아쉬운데... 냉장고에 오래 있다 나와서 그런가 좀 더 뜨거운 음식이 땡기는군"
 
"그렇다면 내가 짜장면을 even하게 구워주지"
 
샌즈는 짜장면을 새로 한 그릇(곱빼기) 소환해 가스버너에 even하게 구웠습니다.
 
"젠장!! 이런 맛은 처음이야... 우린 이걸로 최고가 될 수 있어"
 
샌즈와 뿌아앙은 중국집을 오픈하기로 했습니다. 이름은 샌즈와 뿌아앙에서 각각 따와 핑크빈슬라임반점으로 지었습니다.
 
샌즈는 짜장짜장 열매의 힘으로 even하게 구운 짜장면을 만들었습니다. 뿌아앙은 설거지를 하려고 했는데 식기세척기도 안 보이고 싱크대도 안 보여서 그냥 세탁기로 설거지를 하기로 했습니다.
 
샌즈와 뿌아앙의 핑크빈슬라임반점은 오픈 첫 날 하루 매출 88848161616원을 벌었습니다. 감격에 겨운 샌즈와 뿌아앙은 오픈 기념 행사를 성대하게 열었습니다.
 
"역시 행사에는 불꽃놀이지"
 
근데 불꽃을 파는 편의점에 가려면 대부도까지 가야했습니다. 샌즈는 그냥 근처에 떨어진 백린탄 불발탄으로 대신 불꽃놀이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사감선생님한테 들켜서 샌즈와 뿌아앙은 가스버너 사용 벌점 50점씩을 받았습니다. 두 번 받으면 영구퇴사였기 때문에 샌즈와 뿌아앙은 기숙사를 떠나야 했습니다.
 
"하하 하지만 우리는 좌절하지 않는다. 나는 이제 피곤하지 않아! 자 우리의 길을 다시 떠나자"
 
또다시 해적왕이 되기 위한 길을 떠나는 샌즈와 뿌아앙. 낭만을 등에 업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넓은 바다를 제패하고 해적왕이 되는 그 날까지...
 
 

물산장려운동 (내가 그림, 그림판에 유채, 2019)

 
[다음화 예고]
 
어이 뿌아앙(쿠아앙이라는 설도 있으나 본 문헌에서는 뿌아앙으로 싣는다) 네 녀석 이 정도 강력함을 보여주는 거냐!?
 
거기 너... 냉장고의 '냉장실'을 열어본 적 있나?
 
나는 반드시 해적왕이 되어보이겠어!!!